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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돈키호테_지역연구

경기문화재단 커뮤니티와 아트 블록강좌4_자료집
<우리는 어떻게 지역연구에 접근하고, 잇는가>



기획 ·편집자 서문



이 강좌의 기획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출발했다.

①‘리서처로서의 예술가’는 예술가들의 창작방식이나 관심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로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리서치 기반의 예술’이 장르적 형식이나 새로움은 아니다. 그렇다면 예술은 왜 리서치를 중요한 창작의 행위로 택하게 됐을까?②국내 커뮤니티 기반의 예술작업이나 지역의 창작공간이 모호하게 제시하고 있는 ‘지역’ 또는 ‘공동체’ 담론에서 빠져있는 핵심은 무엇일까? ③예술은 지역연구를 어떻게 접근하고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④연구(리서치)를 예술 창작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그 경계는 무엇일까? ⑤지역연구의 전문연구자들의 방법론과 예술가들의 방법론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⑥과연 ‘지역’과 ‘지역연구’에 대한 담론은 언제부터 어떤 동기에 의해서 생겨났을까? ⑦지리학, 역사학, 문화학, 사회학, 정치학 등 학제간 이것의 담론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⑧연구자들은 지역을 어떤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는가? ⑨연구자들은 리서치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와 자료를 어디서, 어떻게 찾고 있을까? ⑩연구의 결과를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을 가지고 연구의 범위만큼이나 다양한 복잡성을 띈 전문연구분야의 동향·방법론·과제 그리고 개별 사례를 살펴보고, 문화예술분야의 지역연구자들의 연구의 동기·진행과정·방법론을 함께 공유해 보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또한 오늘의 예술이 지역연구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떻게 서로를 이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고자 했던 것이 이번 강좌를 기획한 이유였다.

이 책은 예술공간 돈키호테가 경기문화재단의 2014-2015 <커뮤니티와 아트 블록강좌Ⅳ>파트를 기획하고 지난 2월에 3일간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된 강연과 라운드테이블을 정리한 것이다.

김영정사회학
김영정 교수의 <지역연구의 동향과 전망>에서는 사회학을 통해 ‘지역’의 개념과 ‘지역연구의 흐름’을 비교적 쉽게 정리하고 있다. 그는 지역 간 불균등의 심화와 점점 경화되어 가는 사회 현상을 우려하며, 예술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미학적 접근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자본과 국가의 권력블록을 견제하고 통치하는 제3의 권력으로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오늘의 예술이 자본과 국가의 부름에 대해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예술이 시민사회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의 문제는 향후 기회가 된다면 심층적으로 다룰 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강연 참고자료 : (1)지역연구동향과 전망   (2)신산업의 지역불균등 발전과 경로의존 경향 1990-2010

임동근지리학
임동근 소장의 <지역연구 방법론>에서는 현대 프랑스 지리학의 계보에 따른 지역조사 방법론의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 지리학자 로제 브뤼네가 고안한 ‘코렘chorem’의 사례는 지역의 구조와 역동성을 보다 쉽고 단순화시켜 설명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 흥미를 끈다. 임동근 소장이 발표 자료로 보여준 다수의 코렘 지도들의 사례를 상세한 설명과 함께 이 책으로 옮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코렘이 가지는 ‘단정적 결론에 이를 수 있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공부하고 있는 지역을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토론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은 방법론에 있어 큰 미덕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임동근 소장은 ‘안 보이던 게 보이고, 설명할 수 없었던 게 설명이 되는’ 지리학적 직관을 이야기하면서, 지역연구에서 ‘직관’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를 화두처럼 제시하고 있다.

김영미국사학
둘째 날 진행된 강연은 국내 연구사례를 통해 지역연구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새마을운동』을 펴낸 김영미 교수는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점을 잠시 멈칫하게 했다. 70년대 농촌을 중심으로 새마을운동을 했던 (농민)주체와 (국가)정부가 생각했던 새마을운동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이는 어쩌면 오늘의 마을만들기, 공동체활성화 사업과 같은 주민참여형 공공사업에서, 또는 공공예술, 커뮤니티아트와 같은 예술가참여형 사업에서 겪는 ‘서로 다른’ 관점과 목표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동상이몽의 결과 과연 지역과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김영미 교수의 다른 책『동원과 저항』은 해방 후 서울의 주민사회사를 다루고 있는데, 농촌의 새마을운동과 함께 도시 공동체 연구에서 참고할 만하다.

위경혜영화사
한국전쟁 이후 극장문화와 로컬리티를 조사·연구하고 있는 위경혜 교수는 영화의 텍스트-필름film 중심이 아닌 영화를 보는 관객, 지역사회와의 관계로 인식되는 시네마cinema의 관점에서 극장의 문화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도시변화에 따른 극장의 형성과정, 극장의 장소성과 관객의 영화체험, 지역문화원의 역할, 비도시지역에서의 이동영사에 이르기까지 연구대상과 연구방법, 사례를 비롯해 연구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제시하고 있다. 강연의 현장성을 활자화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보니, 지역답사의 사례발표 일부내용을 생략하거나 압축했다. 하지만, 강연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블록강좌강연

김영미, 위경혜 두 연구자는 역사의 ‘공식기록’이라 칭하는 국가기록의 한계와 오류를 오히려 공식기록에서 제외되거나 누락된 민중의 관점으로 ‘다시’ 또는 ‘새로’접근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라운드 테이블에서 최재희 연구원의 공동체 아카이브에 대한 발표와도 연결된다. 또한 김영미가 말하는 ‘주체의 열망’이나 위경혜의 ‘사람들의 심성mentality’은 김경만 감독이 라운드 테이블에서 말했던 ‘영화의 디테일’과도 이어진다. 그것은 표정으로 드러나고 읽혀지게 마련이다. 이는 역으로, 연구자의 주관과 감정, 감성 ‘따위’가 연구에 개입되는 것을 터부시하기보다는 리서치 과정에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견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러한 관점의 변화가 임 소장이 말미에 이야기했던 ‘직관’을 끌어내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다섯 분야의 연구자들의 발표 내용과 자유토론을 둘로 나눠서 엮었다.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시간의 제약으로 미처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못했거나 자유토론이 간략하게 끝난 아쉬움이 있다.

권상구_시간과공간연구소
대구에서 시간과 공간을 연구하고 있는 권상구 대표는 2001년부터 14년의 과정과 경험을 이야기했다. 지도그리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성장되었으며, 그로 인해 대구라는 도시의 공간과 시간이 어떻게 재발견될 수 있는지를 살펴 볼 수 있었다. 14년이라는 시간을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권 대표의 발표에서 비슷한 지역거점 연구자로서 공감이 갔던 말이 있었다. “옆을 둘러보면 아무도 없어요.” 그의 깊은 속내의 한 마디 말이다. 그의 말에서 왠지 지역에서의 연구나 활동이 무척 ‘외로운 작업’이 되어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고독’을 지역연구자의 숙명처럼 견뎌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를 찾는 일, 그 희망 없는 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그런 측면에서 지역연구자 간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 더 많이 필요하겠다는 점과,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역연구자들의 ‘고독사孤獨死’를 방지할 만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인력(인재)들이 자신이 성장한 지역을 떠나 보다 더 큰 부와 명예를 위해 ‘기회가 많을 것 같은’ 중앙-서울로 떠나 버리는, 소위 이농離農현상과 다름없는 ‘이지離地’현상의 지속화에 따른 상실감과 무력감이다.

조주연_티팟
조주연 대표는 디자인 분야에서 리서치가 가진 힘이 어떤 것인지 도전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특히 공공사업이 어떻게 실패하는지, 그 원인분석과 대응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목포 외달도 사례를 통해 오늘날 많은 수의 공공사업이 어떻게 지역과 공동체를 파괴하는지를 환기시킨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 조 대표는 지역연구를 일종의 ‘싸움의 기술’로 전환시킨다. 그는 세상을 기획하는 주체가 자본이라면 자본과 싸워야 하고, 그 주체가 정치라면 그들과도 싸워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런 면에서 ‘정치 리서치 디자인’이 제시되고 있다. 정치의 문제가 지역연구에서도 중요하게 떠오른다.

이명훈_예술공간돈키호테
이명훈 팀장은 ‘리서처가 된 예술가’를 다뤘다. 사회과학에서 주로 사용되던 리서치의 방법론이 예술에 어떻게 수용되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고, 리서치 예술Research Art, 또는 수행적 리서치Performative Research라고 부를 수 있는 작업 유형과 예술공간 돈키호테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과정으로서의 예술’이 자칫 이도저도 아닌 허접한 예술로 전락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예술에서 ‘작가’의 정체성을 따진다. 작가, 업자, 작자미상의 범주에서 결국 작가의 정체성을 가진다면, 그것은 결국 작가로서의 직업윤리 내지는 작가주의적 태도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맥락을 통한 작가주의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데, 그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비평의 활성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현재 공공예술이나 커뮤니티아트가 하향평준화 되어 버리고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원인 가운데, 그러한 공동체 작업이나 예술가를 제대로 비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비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예술영역의 공공예술 또는 공동체예술에 있어 작가주의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경만_다큐멘터리
영화감독 김경만은 ‘아카이브 푸티지Archive Footage’를 활용한 다큐멘터리 형식을 소개하면서, 언어로 환원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리서치와 다르게 언어로 환원되지 않는 ‘영화의 디테일’에 대해 언급했다. 그것이 감독이 생각하기에 영화의 본질에 가깝기 때문이다. 과거 국립영화제작소나 한국 정부가 자체 제작한 <대한 뉴스>나 <문화 영화>와 같은 기록필름에서 감독은 내용보다는 필름에 담긴 당시 풍경이나 등장인물의 얼굴과 표정에 주목하고 그 디테일을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그의 영화가 기록필름을 단순히 내레이션이나 내용을 보완하기 위한 자료화면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다큐멘터리와 차이가 있음을 말해준다.

최재희_기록관리연구원
최재희 연구원은 <기록관리의 흐름과 민주적 비전>이라는 발표를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아카이브archive, 아카이빙archiving의 개념을 언급하면서, 현대 기록관리의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특히 기록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 1960~70년대에 들어 아래로부터의 역사 운동이 아카이브 영역에 큰 변화를 주었는데, 이때부터 아키비스트들은 정부의 기록이 아닌 사회를 반영하는 기록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들어서는 정보화 흐름을 타고 전문 아카이브와 공동체 아카이브가 등장하는데, ‘자기 지역의 아카이브를 스스로 만들어 가자’는 공동체 아카이브 운동 사례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 시대의 새로운 아키비스트는 ‘참여형 아키비스트’로, 스스로 참여해 자기 것을 발굴하고 자기 것을 만들어가는 아키비스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혜강_예술공간돈키호테

끝으로, 말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독자에게 그 의미가 전달되지 못하는 불명확한 표현들을 가능한 문맥에 맞춰 교정하려 노력했으나, 일부 난독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화자의 독특한 언어 습관을 최대한 손대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마치 그 사람의 강연과 발표를 듣는 것처럼, 언어의 현장감이 전달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가져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백 마디, 천 마디 말과 글을 통해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그 사람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생각일 것이다. 그것이 이어지길 바란다.

하나 더 끝으로, 실행 후 느끼는 바지만, 역시 욕심 가득한 10개의 질문들이었다. 하나만 붙들어도 차고 넘치는 것을. 방법론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덧붙여, 이번 기획에 응해주신 8명의 연구자분들과 찾아주신 분들, 이번 기획을 후원하고 장소를 제공해준 경기문화재단에 감사를 전한다.


2015. 7. 박혜강·이명훈


* <우리는 어떻게 지역연구에 접근하고, 잇는가> 자료집 다운로드 : PDF

차 례

기획·편집서문

첫째날, 지역연구의 이론적 흐름과 과제
강연 1. 지역연구의 동향과 전망 / 김영정(사회학)
강연 2. 지역연구 방법론 / 임동근(지리학)

둘째날, 국내 지역연구 사례를 중심으로
강연 3. 농민의 시선으로 본 새마을운동 / 김영미(국사학)
강연 4. 한국전쟁 이후 극장문화 로컬리티 / 위경혜(영화사)

셋째날, 라운드테이블 : 우리는 어떻게 지역연구에 접근하는가?
01. 대구의 재발견, 14년의 과정과 경험 / 권상구(시간과공간연구소)
02. 싸움의 기술 / 조주연(사회적기업티팟)
03. 리서처가 된 예술가 / 이명훈(예술공간돈키호테)
04. 아카이브 푸티지 영화 / 김경만(다큐멘터리)
05. 기록관리의 흐름과 민주적 비전 / 최재희(기록연구원)

라운드테이블_자유토론(요약)

staff
사진 | 고상석, 녹취 | 조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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