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이브닝 예술포럼 2019 여수 도성마을 이야기와 기록의 여정 2019.4.30. 화요일. 저녁 7시부터 예술공간돈키호테
굿이브닝 예술포럼 2019
저녁, 해가 서산이나 서쪽 바다 너머로 자취를 감출 때부터, 다르게 표현하면 해가 저 녘으로 떨어진 이후부터, 밝음이 점점 사그라들고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의 시간, 즉 낮과 밤 사이의 시간을 ‘저녁’이라 한다. 또는 저녁시간에 먹는 한 끼의 식사도 ‘저녁’이라 한다. 마음에 점 하나를 찍을 정도가 점심이라면 보통의 저녁은 그 날의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하루의 수고를 보상하는, 넘치는 식사라야 할 것이다. 그런 저녁이 있는 삶을 우리는 원한다. 그러나 과연 모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는가? 나 자신을 포함해, 모두에게 안부를 묻는다. 굿이브닝! 모두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자고, 그렇게 해보자고, 돈키호테가 매일은 아니지만 특별한 저녁을 준비했다. 예술 담론, 설화가 있는 저녁, 이것이 굿이브닝 예술포럼이다. 돈키호테의 예술포럼은 오늘의 예술, 지금 움직이는 동시대 예술과 지역 연구의 현장을 담론의 장으로 연결시키는 기획이다. 한 달에 한 번, 평일 저녁시간, 매회 주제를 정하고,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연구자와 예술가를 초대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발표와 대담을 경청하고, 질문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내고,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4월 예술포럼의 주제 2014년 7월 18일 여수의 진남문예회관에서 ‘우리안의 한센인-100년만의 외출’이라는 제목의 사진 전시가 오픈했다. 전시가 열리기 전부터 적지 않은 신문이 이 소식을 보도했다. 한센인의 일상을 촬영해 공개하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에 관심이 모아졌고,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밝히고 있었다. “15년 가까이 여수 지역 신문사에서 근무했는데 도성마을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손양원 목사님과 애양원에 대해선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애양원 옆에 제가 모르는 세계가 있더라고요. 도성마을이요.” 여수에서 나고 자라 지역 언론인으로 활동하던 박성태에게 애양원 옆 도성마을은 전시의 출발지점이었고, 첫 개인전을 여는 중요한 시공간이 되었다. 전시를 열기 1년 전, 박성태는 ‘여수 애양원 역사박물관 개관기념’으로 전시를 구상하고 애양원을 찾았다. 당시 그는 ‘사랑의 원자탄’으로 상징되는 손양원 목사의 발자취를 최대한 전시에 반영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애양원 주변을 걷다가 방치된 축사 건물이 즐비하고 악취가 풍겨오는 한 마을에 서게 된다. “양계장에서 계란을 나르던 한센인 어르신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외적인 흉측함에 한번, 저와 같은 일상을 사는 어르신의 따뜻한 시선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편견을 안고 있었던 겁니다.” 이후 박성태는 자꾸 발걸음이 도성마을로 향했다고 한다. 그해 가을부터는 마을에 살다시피 하며 한센인들의 일상을 가깝게 촬영해 나갔다. 그러나 촬영에서부터 전시를 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거기엔 한센인들의 두려움이 있었다. 연로한 한센인들이 자신의 얼굴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강하게 거부하는 이유는 바로 후손들이 어려움을 당할까 염려해서다(실재로 많은 한센인들이 후손들과 연락하지 않는다. 후손들 역시 밝히지 않고 살아 간다). ‘우리안의 한센인-100년만의 외출’은 그렇게 첫 외출을 했다. 한 동안 사람들도 그 외출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5년 후 박성태 작가는 도성마을의 손을 잡고 다시 전시장으로 나왔다. 2019년 4월 3일 여수 노마드갤러리에서는 그의 다섯번 째 개인전 ‘1975 도성마을’이 열렸다. ‘1975’는 한센인 정착촌 도성마을이 정식 입주식을 치른 해이다. 이번 전시에서 박성태 작가는 45년이라는 시간을 제시했다. 그리고 작가노트에 이렇게 적고 있다. “5년 전 첫 전시가 한센인들의 삶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도성마을이라는 공간에서 ‘미(美)’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일이었다. 내가 발견하고, 정의할 수 있는 그 아름다움은 Equinox, 즉 균형이다. (...) 아름다움은 절망이자 균형의 미학이다.” 박성태 작가와 여수 지역 예술가들은 도성마을과 함께 느리지만 작은 실천의 행보 중이다. ‘우리안의 한센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우리안의 두려움’은 서서히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돈키호테콜렉티브) *전시 ‘1975 도성마을’은 4월 3일부터 5월 3일까지 여수 노마드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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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Park Sungtea 박성태는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신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한센인 정착촌인 여수 도성마을에서 한센인들을 처음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첫 개인전 <우리안의 한센인-100년만의 외출>(진남문예회관, 여수)을 시작으로 <임금의 섬, 민중의 섬 금오도>(2015, 가베목갤러리, 여수), <비린내>(2017, 노마드갤러리, 여수), <랩소디>(2017, 남포미술관, 고흥), <녹턴>(2018, 아르블루갤러리, 여수), <1975 도성마을>(2019, 노마드갤러리) 등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다. 작품집으로는 『금오도』(2016, 눈빛)와 『비린내』(2017,눈빛)가 있다. parksungtaephot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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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호 Kang Sungho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를 졸업한 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했다. 제1공화국(1948-1960) 시기의 정치와 종교계의 유착 문제를 다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반 역사학의 관점에서 한국 기독교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한국 지성운동의 역사, 서점의 문화사, 지역사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청어람ARMC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역사 강좌를 진행했다. 무연고지인 전라남도 순천에서 아내와 함께 골목책방 ‘그냥과보통’을 운영했으며, ‘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서 해설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한국 기독교 흑역사』(짓다, 2016)와 『마을에 깃든 역사도시 순천』(부크크, 2017)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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