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 기획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3: 슬픈 나의 젊은 날>연계 포럼 "우리들 이야기"에 참여했던 이명훈의 후기이다. 2023년 6월 28일 작성되었다.
안녕 부산 6월 25일 일요일 1시부터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기획 전시 <2023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의 연계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1부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2부 ‘비평과 실천’, 3부 지역 미술사 순으로 6시 30분을 넘겨 끝났다. 나는 3부에서 순천 미술사 연구 사례를 발표했다. 1부와 2부를 경청하면서 부산 지역의 동시대 예술활동의 동향을 살필 수 있었다.
포럼 1부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토론 모습을 한 컷의 사진으로 남겨본다. 맨 왼쪽부터, 사회 진행자인 안대웅은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이번 전시와 연계 포럼을 총괄 기획하였다. 그 옆으로 김정훈(오픈스페이스 배 디렉터), 김선영(공간 힘 큐레이터), 김수정 이봉미(예술공간 영주맨션 공동관리인), 송성진(스페이스 사랑농장 운영자) 순이다. 
‘사랑농장’은 경남 김해에 위치해 있지만, 공간의 운영자-작가의 네크워크가 부산 지역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광역시 부산의 동시대 예술공간으로 간주 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김해시 외곽 농공단지 내 한 공장 건물을 차지한 사랑농장은 그 이름처럼 이질적이면서 결혼이주 여성과 이주노동자들과 교류한다는 점에서 다문화적이다. 아직 직접 방문해 보지 못했는데, 부산 금정구 금사공단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예술지구P’(2013년 개관)와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 또한, 부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하구 무지개공단에 자리한 ‘홍티아트센터’(2007년 개관)도 공단 내 위치한다는 점에서 공간 환경이 유사한 점이 있다. 운영자 송성진 작가와는 2003년 안양에 위치한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전시에서 알게 된 사이라 초기 활동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생활과 함께 공간의 운영자로서 그의 지역 활동이 반갑고 자연스럽게 응원을 하게 된다. 공동 운영자 김도영 작가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2019년 순천 장안창작 레지던스 입주 작가로 순천에 머무는 동안 알게 된 사이로 한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 김해 사랑농장에 대해서는 김도영 작가로부터 먼저 이야기로 들었지만 이번 포럼에서 구체적인 공간의 운영이나 활동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다.
2018년 오픈한 ‘예술공간 영주맨션’은 60년대 말에 지어진 오래된 맨션(아파트)의 한 집을 사용하고 있다. 몇 해 전 부산비엔날레를 통해 그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작년에서야 공간이 쉬는 날 이었음에도 기어코 공간을 직접 보겠다며 산복도로를 기어올라가 찾아 헤맸던 경험이 있다. 아! 이런, 작은 공간의 심플함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운영자는 자신을 “관리인”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두 명의 관리인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 영주맨션과 같은 능선-구봉산 아래 산복도로에 인접한 수정아파트에 자리한 ‘갤러리 수정’(2017년 개관)과 공간의 입지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영구에 위치한 ‘공간 힘’은 오래된 동네의 상가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2014년 <옥상의 정치>전으로 개관해 점차 건물의 지하와 2층을 점유해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발표한 김선영 큐레이터는 공간 힘의 운영방식을 “동료 만들기”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힘을 방문할 때마다 내가 느꼈던 점이기도 했다. 그렇다. 오늘의 예술에서는 스승이나 선후배 보다는 동지, 동무가 절실하다. 활동 반경이 좁은 지역에서 더더욱 그렇다. 부산의 예술공간을 굳이 세대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1세대 예술공간이었던 ‘대안공간 섬’과 ‘반디’, 기장에 있었던 ‘오픈스페이스배’까지 1세대 예술공간과의 차이가 이런 동료애적인 수평적 관계로의 전환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면에서 최근 김정훈 디렉터 체계로 변화된 ‘오픈스페이스배’는 스스로 “2.0”으로 공간의 변화를 선언하고 있다. 2022년 이혁종 작가의 개인전 <부산물>을 통해, 다행히 이 전시를 가 보았던 터라 “공동 작업으로서의 전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기장군 배 밭 농장에서 부산의 원도심 중구 중앙동으로 이전한 오픈스페이스배는 4층 낡은 건물 전체가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좁은 계단의 가파름, 다층적 내부 공간구조와 필요이상의 분할은 마치 부산 원도심의 공간성, 도시의 시간성과 닮아있다. 이것은 다시 작가에 의해 해석되고 운영자에 의해 번역되며 관객에 의해 탐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앙동으로 숙소를 옮긴 나는 다음날 오픈스페이스배를 방문했고 김정훈 디렉터와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중앙동에 형성된 ‘또따또가’ 창작공간들의 근황을 잘 모르겠지만 부산 예술의 중요 생태계-집단 서식지로서 부산의 원도심 중앙동의 변화를 앞으로도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부산이 '광역'인 만큼, 공간이 흩어져 있는 그 거리만큼 이들 운영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의 시대에 “각자도생”을 내뱉을 수 밖에 없는 변화된 예술 환경 속에서 특히 지역 예술공간의 고군분투는, 누군가 그 생존을 지속적으로 묻지 않는다면, 어쩌면 원귀가 되어 구천을 떠도는 신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를 포함해 지역의 초라해 보이지만 야무진 예술공간들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은 그 생존력의 원천에 대해 여러 질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나 자신에게, 예술공간돈키호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막연하지만 더듬 거리며 동시대의 묘책을 찾아가는 과정, 관점과 해석의 상이함을 서로 인정하면서도, 어수선하지만 그 생각의 분분함에서 즐거워하면서 “또 만나요” 인사를 건네며 쿨 하게 헤어진다. 안녕 부산. 글_이명훈(예술공간돈키호테 큐레이터) |